기대 : 어떤 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기다림.
많은 사람들은 현재의 삶을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저 쉬고, 놀고, 관계에 신경쓰고 싶지 않은 순간이 찾아와도 지금의 인내와 노력이 훗날 도움 될 것이란 기대를 품고 말이다. (솔직히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난 그저 쉬고, 놀고 싶다)
각자 품고 있는 목표와 희망은 삶에 있어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훗날 본인이 원하는 것을 거머쥘 모습을 떠올리며 기대감을 갖는 것은 효과적이다.
그럼에도 '기대'라는 것은 늘 충족될 수 없다.
늘 충족되지 않기에 실망과 허탈감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기대 이상의 결과는 더욱 높은 쾌감을 선사한다.
특히, 기대는 주변 이들과의 관계에서 자주 작용한다. 기대와 달라서 실망하기도 하고, 기대가 있기에 지지해주기도 한다.
이러한 관계에서의 기대감은 관계를 끈끈하게 만들기도 하고, 멀어지게도 한다.
나와 상대 간 관계의 영역에서 기대는 언제/어떻게 활용해야 조금이나마 덜 스트레스 받을까? 아니 말을 바꿔서 "조금이나마 더 행복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기대감'이란 말을 역설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미 2줄 위에 언급한 대로 말이다.
예를 들면, "기대만큼"이 아니라 "기대하지 않았는데"이다.
최근 본인은 1주일 사이 주변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배려와 애정을 받았다.
(기대하지 않았다고 해서, 상대에 대한 관심이나 관계에 기대가 없다는 의미가 아닌 점 절대 혼동해선 안 된다!)
첫째, 주변인은 아니지만 모르는 아저씨(아버지 연배 쯤)께 지하철 좌석을 양보받았다.
어느 퇴근 날, 하필 가방을 챙기지 않고 출근한 날에 예상치 못하게 회사에서 챙겨가야 할 박스 하나가 생겼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는 길 '케이크'도 사가야 했다.
두꺼운 패딩을 걸치고 박스와 케이크를 들고 퇴근 지하철에 탑승했다. 핸드폰을 볼 손조차 남지 않았기에 멀뚱멀뚱 서있었다.
지하철이 출발한 지 얼마 가지도 않아 앞에 앉아계시던 아저씨께서 일어나 말씀하셨다. "여기 앉아 젊은이"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그렇게 가면 불편해, 앉아"라며 터프하게 일어나셨다.
얼떨결에 양보를 받은 나는 감사 인사를 드렸고, 아저씨는 3 정거장을 서서 이동하시다 하차하셨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본인처럼 짐이 많을 뿐인 젊은이에게 양보해 준 적 있었나 떠올려보았다. 없었던 것 같다.
어르신이나 아이와 함께 탄 부모, 임산부나 다리를 다친 사람 등에게 양보해준 적은 많지만 말이다.
이렇게 전혀 바라지도 않았던 배려를 받고 표현이 안 되는 감사함과 왠지 모를 민망함을 느꼈다. 츤데레의 위력도 함께
둘째, 우연히 식당에서 만난 친한 형이 식사를 계산해 주었다.
위의 친한 형이 본인을 데려간 이후 정말 좋아하게 된 중국집이 있다. 그 중국집의 음식을 와이프에게 꼭 맛보게 하고 싶어서 함께 방문했다.
그런데 친한 형이 먼저 일행들과 식사를 하고 있던 것 아닌가. 심지어 자리도 가까운 옆 테이블로 안내를 받았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드립을 치고 각자의 자리에서 식사 겸 술을 마셨다. (TMI : 본인은 고량주를 마셨음)
마무리로 디저트를 먹고 와이프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형이 내게 다가와서 내게 얘기했다.
"내가 너 테이블도 같이 계산해 뒀어"
늘 내게 많은 술과 음식을 사준 형이지만, 그날은 사뭇 남달랐다.
그냥 반가웠는지, 데려왔던 식당에 온 게 대견해서 그랬는지 나와 같이 시간을 보낸 것도 아닌데 식사를 사주었다.
셋째, 많은 기프티콘 선물을 받았다. 오랜만이거나 처음인 이들에게
사실 이번 주엔 내 생일이 있었다. 케이크를 사간 것도, 중국집에 간 것도 그래서 그랬다.
본인은 생일이나 기념일에 괘념치 않는 타입이지만, 그럼에도 생일날엔 여러 이들에게 축하 연락을 받는다.
카카오톡에서 '생일'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은 점은
그 빌미로 연락과 안부를 나누고, 한국인의 전용 인사말 "밥 한번 먹자"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기프티콘을 받았다. 한 때 수학을 가르쳤던 제자, 졸업 프로젝트를 함께 한 후배, 사내 밴드 동호회 동료, 이젠 친인척이 된 큰 형님/작은 형님 등
그중 작년 비즈니스적인 계기로 한번 뵈었던 분께 받은 선물이 가장 나를 몸 둘 바 모르게 했다. 연락만으로 감사했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계신 분이라 당시 배울 것이 많다 느꼈고, 좋으신 분이었기 때문이다.
꼭 다음엔 커피든 점심 식사든 먼저 연락을 드리겠다고 약속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생일이 있던 한 주 동안 기대하지 않았던 과분한 배려와 애정, 축하를 받았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관계에 있어서 서로가 갖고 있는 기대를 충족하는 것은 물론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한 번쯤은 그저 즐겁기 위해서, 그냥 기분 좋으라고 나누는 배려와 애정도 나눠보면 참 좋다.
관계에서 기대하지 않던 큰 행복감을 얻을 수 있다.
츤데레라는 용어가 밈처럼 떠오르고,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캐릭터가 된 것도 그 이유 때문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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