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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Music

노래를 못하면 장가를 못가요 #1

"노래를 못하면 장가를 못 가요~"

 

20대 시절, 많은 술자리를 다녀본 이에게 익숙한 멜로디일 것이다.

대학 시절 신고식이나 술자리 등에서 장기를 뽐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학우들이 노래를 독촉하며 불러주는 구호였다.

사실 그 구호는 '윤형주 - 미운 사람'이란 곡의 멜로디를 따왔다.

윤형주는 1960~1970년대에 송창식, 조영남, 김세환과 같이 활약한 유명 포크 가수이며 윤동주의 6촌 동생이다.
윤형주 - 미운 사람

 

 

이처럼 우린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노래'라는 재주를 뽐내야 하는 순간들을 겪어왔다. 아마 유치원을 다니며 친구들과 합창하는 것이 시작이지 않았을까 싶다.

 

본인은 18년부터 사내 밴드 동호회에서 보컬로 활동하고 있다.

심지어 이 글을 올린 어제 12월 16일, 밴드 동호회 송년회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특별히 노래를 잘하거나 스쿨밴드 경험도 없지만, 음악과 연관된 여럿 활동들이 쌓이며 지금처럼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나만의 음악 취미 활동을 계속하겠지만 현 시점까지 오게 된 히스토리를 돌이켜보려고 한다.

 

 

첫 시작점은 변성기가 오기 전후부터 즐겨가던 노래방이었던 것 같다.

 

어릴 적 질풍노도의 감정은 한국의 락발라드 전성기 덕분에 풍성했고, 모의고사가 있던 날에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서 사장님께 서비스를 갈구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어린 나이에 김현성 - Heaven을 불렀던 기억이 있다.
변성기가 없던 시절 올라가던 음이 중, 고등학생을 거치며 부를 수 없게 되어 특별히 기억을 한다.

 

 

그리고 대학에 진학해서는 '흑인음악동아리' 활동을 했다.

 

고등학생 시절엔 농구, 축구, 게임이 취미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 교실에서 딱히 까불거리거나 나서는 편은 아니었기에 가입을 하려면 나름 큰 용기가 필요했다.

 

고작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던 내가 뜬금없이 흑인음악동아리라니.

 

싸이월드가 유행하던 시절 '소울컴퍼니'라는 힙합 레이블이 유명했는데 그들의 곡을 들으며 바람이 든 것 같다.

 

한국 힙합을 즐겨 들었던 팬이라면 그 당시의 키비, 마이노스, 사이먼도미닉, 랍티미스트, 매드클라운 등 뮤지션들의 곡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노래방 시간이 얼마 안 남았을 때 선곡하던 7분짜리 'MC스나이퍼 - Better than yesterday' 곡을 추억하는 이들도 있을 것 같다. 누가 아웃사이더 파트를 맡게 될지 은근 순서 계산이 필요했다.

 

 

 

하지만, 흑인음악동아리에서 마주한 선배들의 모습은 꽤 무서웠다. 당시 유행하던 힙합 스타일을 한 선배들은 유난히 덩치가 크고, 머리를 밀고, 거친 외형을 갖고 있었다.

 

그 모습과 달리 술 한잔도 못 마시거나 마음이 여린 선배들이 많았지만 말이다.

(겉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도 이때 더 알게 된 것 같다.)

우리 동아리에선 T.I 라는 미국의 힙합 뮤지션의 인기가 엄청 많았다.
현재 T.I는 배우로도 활동 중이며, 앤트맨 시리즈에도 등장했었다.

 

당시 흑인음악동아리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맵시(=보기 좋은 모양새)' 아니었을까 싶다. 그냥 딱 보기에 무조건 멋져야 했다.

 

비트에 어울리는 걸음걸이 스텝, 유행하던 춤이나 동작을 배우며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했다. 또한, 직접 쓴 가사를 무대에서 랩으로 소화하면서 그에 맞는 손동작 연습도 필요했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대학 축제 무대에서 힙합 공연을 하는 경험을 얻었다. 가장 기억의 남는 곡은 Pretty Ricky라는 뮤지션의 곡이다. 본 곡의 비트에 직접 쓴 가사로 랩을 했는데, 그 오글거리던 가사는 현재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가둬뒀다.

본인의 싸이월드 BGM을 차지하기도 했다. 

 

 

 

군대를 다녀온 이후 잠시 휴학을 했는데, 그때가 본인의 음악 경험과 시야가 가장 크게 확장된 기간이었었다.

 

때마침 Mironi라는 소셜 뮤직 플랫폼을 서비스했던 스타트업에서 일을 돕게 되었는데, 뮤직 페스티벌 스폰서로 참여하거나 부스 운용을 도맡았던 덕분에 뮤직 페스티벌 문화를 자연스럽게 즐기게 되었다.

 

ROCK, EDM 씬을 본격적으로 접한 시점은 이때부터였다.

 

 

2부는 다음 주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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