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둘 피어 오는 어린 시절
동화 같은 별을 보면서
오늘 밤 술에 취한 마차 타고
지친 달을 따러 가야지
크라잉넛 - 밤이 깊었네 가사 中
대한민국의 록 밴드 크라잉넛이 2001년에 발매한 3집 앨범 '하수연가'에 수록된 곡이다.
한창 MP3가 출시되던 때, 그 당시의 어린 나 또한 이 노래를 참 많이도 듣고 따라 불렀다.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간 노래방에서 어깨동무하며 목청껏 불렀고,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한껏 술에 취한 채 이 노래를 불렀다. 왠지 모르게 정겨우면서 쓸쓸한 감정을 내뿜는 이 곡은 분명 달이 뜨면 더 높은 재생률을 선보였을 것이다.
본인은 지난 주말 이 곡을 오랜만에 다시 듣게 되었다.
5월 예정된 밴드 공연의 선곡 후보 중 국내 인디밴드 곡 하나쯤 있으면 해서 여러 곡을 뒤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에서 재생했다.
워낙 많이 듣고 부른 노래라 익숙하게 재생되었지만, 유심히 곱씹어본 적 없던 가사말이 유달리 아름답게 와닿았다.
"오늘 밤 술에 취한 마차 타고 지친 달을 따러 가야지"
저 가사를 문학적으로 해석하거나, 의미를 쫓지 않아도 된다. 그저 저 가사 그대로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었다.
"고요한 밤 밝게 떠있는 달을 향해, 삐그덕- 삐그덕- 언덕을 지나며 술에 취해 마차 짐칸에 누워있으면 참 행복하겠다."
어느덧 본인은 30대 초중반의 나이가 되었다. 아직 어리다면 어리고, 성숙하다면 성숙하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에서 의미를 찾기도 하고, 내 삶의 큰 부분이라 여겼던 것을 별게 아니라 치부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본인의 삶엔 도전, 변화, 성장, 새로움이라는 키워드가 가득했다. 물론 기쁘고 생산적인 나날이 이어지고 있긴 하나, 한편 내 마음은 나도 모르게 안식과 쉼표를 바라고 있었나 보다.
나보다 더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그들에게도 '밤이 깊었네'의 가사를 한번 선물해주고 싶다.
오늘의 깊은 밤엔 한 번쯤 술에 취한 마차 타고 지친 달을 따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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