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와 얼굴들'의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라는 곡 중 아래의 가사가 있다.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 (금마가 사람이가)
내 사랑에 초연한 (사람이 사람이가)
사람이 어딨나요 (금마가 사람이가)
다른 이의 연애에 대해서는 간섭을 잘하고, 그럴싸한 조언을 두고,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정작 본인의 연애에 대해선 미숙한 사람에 대한 가사로, 오히려 그 모습이 "사람답다."라고 말하는 곡이다.
사실 위와 같은 행태는 '사랑'만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 해당된다.
물론 상대적으로 탁월한 공감 능력, 배려심, 센스를 갖춘 사람들이 있지만, 어찌 모든 관계에 완벽할 수 있으랴.
적어도 한 번쯤 부모님을 서운하게, 애인이나 친구를 삐치게 하는 등 경험은 있지 않겠는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로부터 1주일 사이,
나('사람')와의 관계에 참으로 노련한 사람과 NO련(노련하지 않은)한 사람을 동시에 보았다.
바로 많은 인맥들이 정리된다고 하는 바로 그 '결혼'이라는 키워드로 말이다.
# 노련한 인물은 같은 팀 내 회사 동료로서 개인적인 사담은 나누지 않는 관계다.
(그렇다고 예정에 없던 식사를 한다거나 커피 한잔을 하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지만... 한 적이 없었을 뿐이다.)
청첩장을 주고자 팀원들을 초대해서 대접한 식사 자리는 나의 개인 사정으로 참석을 못했다. 그럼에도 결혼이 예정된 주중에 따로 연락이 와서 식사 대접과 청첩장을 받은 나는 식장에 가서 진심으로 축하를 전하고 왔다.
이후 2~3주 뒤, 하와이의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내게 현지에서 공수한 초콜릿을 선물했다.
외국에서 구매해서, 캐리어에 싣고, 먼 거리의 비행을 거쳐 온 선물이었다.
"축하해줘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로 충분했을 텐데, 이 글의 주제가 될 정도로 굉장히 감사함을 느꼈다.
"관계에 노련한 분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 반면 NO련한 인물은, 약 10년 가까이 사적으로 연락을 하지 않은 동창이다.
뜬금없이 이 친구로 인해 단톡방이 만들어졌는데, 현재도 친하게 지내는 친구와 오랜 시간 연락이 끊긴 친구들 몇몇이 그곳에 있다.
개인적인 안부나 배경 설명 없이 "본인은 곧 떠나니(장가를 가니), 연말 송년회 분위기를 낼 겸, 주말 어떻겠냐"라고 말을 하더라. 그렇게 친구들은 놀라울 만큼 그 누구도 아무 말이 없었다.
나름 내겐 학창 시절 괜찮은 추억이 있던 친구였고 악감정도 전혀 없었기에 딱히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저 의아했을 뿐이고 이런 방식으로 소식을 받는 경우는 처음이라 실소가 나왔을 뿐이다.
"친구야 너 참으로 노련하지 않구나." 의 여운을 내게 남긴 그와 동창들과의 단톡방은 갑자기 추워진 이 날씨처럼 여전히 썰렁하다.
노련한 동료 & NO련한 동창 덕분에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타인과의 관계 형성이 딱히 어렵지 않고, 나름 많은 연락처와 SNS 친구들이 있으며, 언제든 다양한 형태의 대화와 만남이 이뤄지고 있으니.. 나름 사회 구성원으로서 괜찮은 편 같다.
그럼에도 나의 NO련함으로 떠나보낸 인연들이 떠오른다.
사안이 어떻든 '나'와의 관계에서 불편한 감정을 느꼈을텐데, 다시 생각해도 그저 미안할 뿐이다.
기회가 있고 상대가 괜찮다면 지금에서야 보이는 그 당시 나의 NO련함을 인정하며 사과하고 싶을 정도이다.
한편으로 나의 노련함 때문이 아님에도 남아있는 인연들도 눈에 선하다.
그래서 이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신 당신에게 더욱 고마운 마음이다.
깊이가 어떻든 경로가 어떻든 이 틈을 타 안부를 묻는다.
"요새 날씨 추운데 어떻게 지내십니까? 커피 한잔 합시다."
이런 사람이 있으면, 저런 사람도 있는 법. 이렇든 저렇든 노련하든 NO련하든 "사람답다" 생각하면 소셜 생활은 즐거움과 배울 점이 많다. 이것이 사회적 동물로서 행복과 만족을 느끼는 것이려나?
정말이지 본인의 관계에서 상대의 노련함과 NO련함은 읽어냈지만
정작 나는 상대와의 관계에 노련한 건지 NO련한 편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장기하의 노랫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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