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지난 주 인생 처음으로 신당에서 신점을 보았다.
다소 뜬금없는 흐름과 결론이지만, 본인의 첫 신당에서의 신점 경험은 'G.O.D - 길'의 가사로 귀결되었다.
신점을 보게 된 계기는 생략하고, 천명 앱을 통해 강남구의 '청월' 선생님의 신당을 방문했다.
신점 때문에 처음 가보는 동네와 골목들은 더욱 낯설게 느껴졌다. 그렇게 마주한 어느 한 자택.
문 앞에서 실내 공간은 어떨지 상상하다 벨을 누르니 선생님께서 맞이해 주셨고, 귀여운 강아지가 보였다.
여느 가정집과 같은 거실이 먼저 반겨주어서 예상과 달리 어색하지 않아서 어색했다.
그리고 상담을 진행할 신당(방)으로 안내 받았는데 그곳엔 미디어에서 익히 보았던 불상, 향, 서적들이 즐비했다.
개인적으로 절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를 좋아해서 그런지 크게 낯설거나 두렵지 않았고, 선생님의 친절하고 따뜻한 응대 덕분에 긴장은 금방 풀렸다.
솔직히 처음 마주한 선생님이 갑자기 목소리가 바뀌셔서 호통부터 칠 줄 알았다. (=편견의 폐해)
상담은 전반적인 운의 흐름을 먼저 듣고,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을 물으면 답을 듣는 형태로 진행했다.
그렇게 쌀알을 집고 탁자에 톡- 뿌리거나, 하늘에 질문하는 추임새를 넣으셨다. 조상님의 말씀을 대리인으로서 전해주기 위한 절차라고 한다. (이 과정 자체도 신기했는데 그 와중에 "오.. 조상님 저 보고 계신가요?"를 속으로 불러보았다.)
세부적인 내용은 차치하고, 짚어주신 내용들 중 아래가 인상적이었다.
첫째, 본인이 바쁘게 벌린 일들은 분명 복으로 돌아온다.
둘째, 23년 5월에 아주 기쁜 일이 생긴다.
셋째, 40대 중반에 해외에 다녀올 일이 생기는데, 커리어나 금전적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을 얻어온다.
넷째, 상담 중 갑자기 심장이 아프다고 하시길래 지병이 있으신가 싶었는데, 직계 쪽에 심장 쪽 질환을 앓으신 분이 없었냐고 물으셨다.
다섯째, 본인이 타고 난 운명의 기류를 잘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운명이라고 모두가 운명대로 살진 않는다.
특히, 넷째가 소름 돋는 포인트였다. 친가에 갑작스러운 심장 질환으로 돌아가신 분이 계시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현대인의 고질병 '지방간'을 언급하셨다면 다소 설득력 떨어졌겠는데~ 라며 유별난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본인의 WOW한 경험은 다른 지점에서 얻었는데, 선생님의 말씀은 '신', '운명', '영적인 힘'의 측면보다 마음에 위로와 자신감을 주는 측면으로 와닿았다.
본인은 신당에 방문했을 때 큰 고민거리를 들고 간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뭘 여쭤봐야 하나 고민했지만 결과적으로 선생님께서는 마음속 언저리의 고민을 찾아주셨다.
"본인께서 가고 있는 길이, 타고난 운명을 빗대어 봤을 때 잘 가고 있는 것인지 확신이 필요하시죠?"
선생님의 저 말을 듣자마자 내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있던 고민이란 녀석은 불쑥 튀어나왔다. 부정할 것도 없이 본인은 그것이 궁금했던 것 같다.
다행히도 현재 본인이 타고난 '운명의 기류'에 탄 채 잘 흘러가고 있다 말씀해 주셨다.
과학적이면서 시적인 표현을 보충해서 설명해주셨다.
철새들은 바람을 타고 먼 거리를 비행하는데 본인의 날갯짓이 있기 이전에 '바람의 방향'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 기류가 철새들의 목적지를 이끄는 것이기 때문에.
즉, 신당에서 처음 경험한 신점은 앞서 말했듯 '영적'인 측면보다 '심리적'인 상담에 만족을 느꼈다. ("신점은 그렇다"라고 결론짓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커리어를 돌이켜보면 뚜렷한 목표와 계획을 토대로 지금까지 온 것은 아니었다.
순간순간 과감한 선택도 있었고, 예상 밖의 도움을 받은 적도 있고, 기대와 달리 아쉬운 경험도 있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내 모습이다.
운명이란 것이 존재한다면, 본인이 타고 난 '운명의 기류'가 나를 지금의 방향으로 이끌어 온 것 아닌가.
그리고 날갯짓을 해야 할 때 했기 때문에 '운명의 기류'를 잘 탔다는 말을 들은 것 아닌가 생각했다.
최근에는 나이를 한 살씩 먹어가면서 순간순간의 선택에 평소와 다른 무게추가 달린다.
그 부담은 실제로 느끼고 있었지만 스스로 '고민'이라고 얘기하고 싶진 않았나 보다. 이걸 '신당'에서 찾아내다니.
상담을 해주신 '청월' 선생님께서 탁월한 신점 능력을 갖추신 것인지, 심리 상담 능력을 갖추신 것인지 내가 판단할 순 없지만 분명 숨겨진 고민 상자를 열어주셨다. 고민 상자엔 'G.O.D - 길'의 노랫말이 담겨있었다.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타고난 '운명의 기류'가 어디까지 도달할지 모르겠지만 날갯짓을 멈추지 않아야 할 이유는 더 명확해졌다.
이왕이면 날개짓을 더 힘차게 해서, 새로운 기류를 만들어봐야겠다.
※ 청월 선생님을 만나게 된 '천명'이란 서비스는 아래 글에서 간략히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2022.12.11 - [Thanks to] - 운명일지 우연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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